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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울컥 치민다 . 미친 그리움 없었던 듯 잊었던 수줍은 얼굴 겨울 들길 위에 웃으며 온다 . 너도 가고 나도 가고 늙어 가는데 나이도 먹지 않는 미친 그리움 .   - 안상길 -

종양腫瘍

너를 그만 떨어 보내러 왔지 땅 끝 남쪽 명사십리 바닷가에 너랑 한 번 살아보러 왔지 천방지축 반짝이는 아이들과 전전반측 그늘 드린 아내와 함께 하는 것만도 행복이라고 속살대는 너를 만나러 왔지 하루가 백년이고 백년이 하루라며 웃음 짓는 너를 만나러 왔지 될 대로 되는 것이 세상이라며 으쓱하는 너를 만나러 왔지 돌아가면 도로 그 꼴 아니겠냐며 이죽대는 너를 버리러 왔지 퍼붓듯 비 내리는 남도 먼 길을 너는 나와 한 몸으로 왔지   - 안상길 -

민들레 여행

이슬로 머리감은 민들레홀씨들이 수런수런 모여앉아 햇살에 머리를 말리고 있다 . 헤어짐에야 가슴 시리겠지만 바람이 불어오면 일제히 날아올라 멀고 먼 여행을 떠날 것이다 . 낯선 곳에 닿아 희망을 내리고 새로운 생명들을 틔울 것이다 . 삶이란 끝나버리는 것일까 ? 새 옷 갈아입고 또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것일까 ? 벼 베인 빈 논에서 두렁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   - 안상길 -

형제 밤 술

뭣한 밤꽃 내 달빛 타고 흐르고 무논에 개구리 아우성 인다 . 집 떠나 세상돌이 삼십 여 세월 잃었네 , 얻었네 , 돌아오리라 . 오고가니 막걸리 여남은 사발 노모는 방 안에 코 주무시고 어디에 숨어 있다 이제 나왔니 반짝반짝 반짝이는 반딧불이는 형제의 고향산골 밤이 하얗다 .   - 안상길 -

꽃이 지는 형태

무심히 꽃이 피나 무심한 꽃이 피나   나는 너를 유심히 바라보는데 너는 나를 보기나 하는 것인지   봄꽃은 떨어지고 가을꽃은 말라 지네   - 안상길 -

은행나무

하늘로 솟구치던 황금물고기 가을바람 한 자락에 수수수수 황금비늘 펄펄 떨구고 앙상한 가시마다 빨판처럼 아스라한 봄꿈만 돋웠다 .   - 안상길 -

서울 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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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말자 . 저 축대 위 주렁주렁 구기자 줄기를 봐라 . 큰 놈 이기니 덤빌 놈 없고 척박하니 얼굴 들이미는 놈 없고 한 곳에 뿌리 내려 버티다 보면 그런대로 ( 그럭저럭 ) 살만하다 . 세상은 ... 사는 것이 비참하다 말하지 말자 살지 못하는 것이 비참하다 .   - 안상길 -

대공원에서

대공원에 갔다 . 놀이기구 앞에서 줄 서고 기다리다 해 다 갔어도 아내와 두 아이는 마냥 환하고 유모차 안 막내도 나름 즐겁다 . 어스름엔 동물원 구경을 갔다 . 사막여우도 기린도 보았다 . 침침한 방에 주저앉아 밖을 보는 고릴라 옆모습이 쓸쓸하다 . 우당쿵 탕 탕 유리벽 치는 고릴라에 깜짝 미안해 얼른 나왔다 . 수사자 두 마리 두런대는 위를 돌아 힘드럽다 퍼더앉은 아들 놈 나는 업지 말라하고 , 아내는 업었다 . 한참 넋없이 유모차 밀다 돌아보니 아내 혼자 오고 있었다 . 은행나무 줄지어 선 광장 저 끝에 희미하게 점 하나가 번져 있었다 . 아홉 살 딸아이가 달려갔다 . 자전거 두 대가 빠르게 따라갔다 . 사람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비틀대는 자전거 같은 그림자가 뛰뚱뛰뚱 하나만 다가왔다 . 딸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동생을 업고 왔다 . 가로등 불빛에 누나누나 얼굴들이 노랗게 노랗게 은행잎에 반짝였다 .   - 안상길 -

겨울나비

세월은 흐르고 계절은 바뀐단다 . 추운 겨울 지나면 새 봄이 오고 그 꽃은 아니어도 꽃은 또 피고 , 네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단다 . 따스한 봄 햇살에 가슴 덥히고 그리워도 다시 하늘을 향해 착한 생명을 팔락이거라 .   - 안상길 -   세월은 흐르고 계절은 바뀐단다 . 추운 겨울 지나면 새 봄이 오고 , 그 꽃은 아니어도 꽃은 또 피고 , 네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단다 . 따스한 봄 햇살에 가슴 덥히고 , 그리워도 다시 하늘을 향해 착한 생명을 팔락이거라.

봄, 개울에서

으이그 , 이 땅그지야 ...   돌돌돌 흐르는 풀린 개울에 따스한 봄 햇살아래 겨우내 튼 내 손 다그잡고 뽀득뽀득 조약돌로 닦아주던 누나야 . 봄이 왔네 그 개울에 봄이 또 왔네 십년을 서너 번 돌고돌아 비단강 지나 까치내 따라 그 봄이 왔네 .   - 안상길 -   으이그 , 이 땅그지야 ... 돌돌돌 흐르는 풀린 개울에 , 따스한 봄 햇살아래 , 겨우내 튼 내 손 다그잡고 조약돌로 뽀득뽀득 닦아주던 누나야 . 봄이 왔네 그 개울에 봄이 또 왔네 , 십년을 서너 번 돌고돌아 비단강 지나 까치내 따라 그 봄이 왔네 .

세모독감歲暮獨感

앓아보면 안다 . 좋아하고 싫어함이 참 덧없음을 숨 모르고 걸음 잊음이 참 즐거움을 열이 펄펄 끓을수록 추워지는 밤 그날 , 아버지 말씀이 생각난다 .   ‘ 허망혀 ...’   서산에 달 구르는 소리 들리니 동산에 해 돋아 오르겠다 .   - 안상길 -   앓아보면 안다 . 좋아하고 싫어함이 참 덧없음을 , 숨을 모르고 걸음을 잊은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를 . 열이 펄펄 끓을수록 더욱 추워지는 밤 , 그날 아버지 말씀이 생각난다 . ‘ 허망혀 ...’ 서산에 달 구르는 소리 들리니 동산에 해 돋아 오르겠다 .

새벽 장끼

딸내미는 제 방에서 아들래미는 내 곁에서 꺼병이처럼 웅크리고 자고 있다 . 바로 누이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니 안방에서 갓난쟁이 막내가 칭얼댄다 . 젖을 물리려는지 까투리가 부스럭거린다 . 날이 밝는 대로 꿔얼꿩 빈 콩밭에라도 나가봐야겠다 .   - 안상길 -   딸내미는 제 방에서 아들래미는 내 곁에서 꺼병이처럼 웅크리고 자고 있다 . 바로 누이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니 안방에서 갓난쟁이 막내가 칭얼댄다 . 젖을 물리려는지 까투리가 부스럭거린다 . 날이 밝는 대로 꿔얼꿩 빈 콩밭에라도 나가봐야겠다 .

겨울 냄새

밖에서 놀다 들어온 아이들에게 물씬 , 겨울 냄새가 난다 . 아내가 걷어온 빨래에도 묻어 있다 . 어릴 적 내가 쫓아다니던 그 바람이 세상을 돌아돌아 어찌어찌 이곳에 온 모양이다 . 나를 찾아온 모양이다 .   - 안상길 -   밖에서 놀다 들어온 아이들에게서 물씬 겨울 냄새가 난다 . 아내가 걷어온 빨래에도 묻어 있다 . 어릴 적 내가 쫓아다니던 그 바람이 세상을 돌아돌아 어찌어찌 이곳에 온 모양이다 . 나를 찾아온 모양이다 .

가을 아욱국

서리밭에 홀로 푸른 아욱을 뜯어왔네 마누라 내쫓고 사립문 걸고 아우 ~ ㄱ , 아욱 ~ 먹는다는 가을 아욱국 앞서 온 된장과 어우러 한 사발 엄니는 또 추운 산골 홀로 계시고 따듯한 그 내음만 아침상을 마주했네 .   - 안상길 -

유월 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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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꽃 잎 날려 깔린 바알간 길을 생각생각 밟고 걸어 출근합니다 .   흩날리는 꽃잎이 서럽다던 이 오고가는 세월이 참 잠깐입니다 .   봄이 오면 가지가지 망울 돋아도 떨어진 꽃잎은 다시 못 피니 그 시절은 이미 닫혔습니다 .   - 안상길 -

반백半白 즈음에

세상은 이러이 코 꿰어 끌고 세월은 쩌쩌이 발뒤꿈치 찍어 몬다 .   잠자리 거미줄에 줄줄한 이슬 나비꿈 날갯짓에 쨍그랑 부서지고 장엄한 저물녘 매미노래 끝 노란 반디불티 산산이 인다 .   달맞이꽃은 달을 위해 피고 해바라기는 해를 위해 피나   이리 가나 저리 가나 돌아가는 길 잠에 들어도 볼 수 없는 꿈 철없이 돋는 허연 상고대 그래도 잡고 가자 웃음 한 끝은   - 안상길 -

넋두리

내 허벅지야 네 몸 하나 지고가기 버거웁구나 . 아주 갈 때야 한 번에 가준다니 고맙지만 살날은 가파른 비탈길이라 홀로 가야 할 네가 안쓰럽구나 .   - 안상길 -

망향望鄕

돌아가자구 돌아가자구 밭은 산이 되고 , 논은 늪이 되고 몸은 술에 절어 마음은 말라 터져   돌아가자구 돌아가자구 멧돼지 미역 감고 고라니 더덕 캐는 엄니 계신 고향산골   - 안상길 -

겨울 과수원

겨울 과수원의 나무를 본다 . 언제나 사람들은 옆으로 자라라 하고 나무는 위로 자란다 하고 한 해를 사람들은 열매를 바라고 나무는 하늘을 바라다 앙상한 가지 절망과 희망이 고슴도치처럼 치돋아 겨울 과수원에 내가 서 있다 .   - 안상길 -

상사화相思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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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고향집 화단에 연분홍 상사화가 피었더이다 . 무성하던 그 잎들 사라진 자리 앙상한 대궁 위에 피었더이다 . 복작이던 팔남매 떠난 산골에 엄니 혼자 상사화를 피웠더이다 .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