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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늘 하루 그냥 가면 어떤가 .   삼백예순다섯날 뭔가 해야 한다고   나는 어디 두고 오늘은 어디 두고 안   달   복   달   비도 오는데 막걸리 한 잔 먹고   오늘 하루 그냥 보내면 어떤가 .   - 안상길 -  

사월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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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산아 초로소롬 설레는구나   대지는 자연스럽고 농부는 부지런하여 무위와 인위가  극명히 나뉘는 계절   내 갈 땅 한 뼘이 없어 멀리서 나는 둘 다 가졌노라   오래된 바람아 다시 노래하라   아버지 꽃   엄니 꽃 꽃 피는 산골 엉아야 누나야 고향 살자   - 안상길 - <오골계, 병아리>

겨울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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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서리   내릴 때는 잔혹한 살수더니 두 번 세 번  한겨울 혹한의 밤 지내는 서리옷이 되었더라. 밤   지나니 아침 오고 하루 이틀   겨울 가면 봄 햇살도 돋겠지 그만한 일에는 그만한 대책 있다더라 몸부림쳐 안 털리면 그 안에서 잠들자 살아야 한다   괴로워도 살아지니 고맙다 .   - 안상길 -   봄동 : 겨울에 노지에 파종하여 봄에 수확하는 배추로 속이 꽉 찬 일반 배추와 달리 잎이 옆으로 퍼져있다 . 잎이 땅바닥에 붙어 자라 납작배추 , 납딱배추 , 딱갈배추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 일반 비추보다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 조직이 연하고 아삭한 식감을 가져 주로 겉절이로 활용된다 . 냉이 , 달래 등과 함께 대표적인 봄채소로 꼽힌다 . ❍ 살수 [ 殺手 ]   예전에 , 사형을 집행할 때에 죄인의 목을 베던 사람 . 주로 중죄인 가운데서 뽑아 썼다 . 망나니 . 또는 , 칼이나 창 등을 가진 군사 ( 軍士 ). ❍ 상의 :   霜衣 . 서리옷 .

목어木魚

억억년 땅속에서 깊은 잠을 자면 나무도 물고기도 돌이 된다더만 말똥말똥 잠 안 잔다 박제로 걸렸다네 지혜공부는 내 모르겠고 쪼르르 또르르르 째인 빈 배 울음 울어 바람도 고개 숙여 처마 밑을 지나네   - 안상길 -   ❍ 목어 [ 木魚 ] 불가 ( 佛家 ) 에서 쓰는 법기 ( 法器 ). 나무를 깎아 잉어 모양으로 만들고 그 속이 텅 비도록 파내어 불사 ( 佛事 ) 때 사용하는 기구이다 . 독경 ( 讀經 )· 예불 ( 禮佛 )· 죽반 ( 粥飯 ) 기타 무슨 일이 있어 승려를 모이게 할 때 이것을 두들겨 소리를 낸다 . 주희 ( 朱熹 ) 의 시에 “ 죽과 밥 어느 때나 목어를 함께 할까 .[ 粥飯何時共木魚 ]” 라고 하였다 .

반백半百

백발은 소리 없이 담 넘어 오고 총기는 붙잡아도 문을 나가네   뻔히 이리 올 줄 알면서도 복권을 여비 삼아 걸어 온 세월   달리갈까 바로갈까 갈림길에서 길을 알려줄 사람 없구나   - 안상길 -

지하철 승강장

병마용갱 兵馬俑坑 이다 . 나름 정연히 줄지어 서 돌아가기 위해 떠나기 위해 유리벽을 향해 저마다 불 켜진 홀 笏 을 받들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 허락으로 피스톤처럼 어둠을 밀고 와 유리벽이 갈라지고 물음표들을 토해내고 또 후루룩 빨아들이고는 눈에 불 켠 토룡 土龍 이 어둠을 밀고가면 또 다른 시간이 뒤쫓아 길게 꼬리를 늘이며 따라간다 .   - 안상길 -

빗방울

버스가 싣고서 가자는데도 싫다고 싫다고 달릴수록 뒤로 내달리누나   고향이라고 찾아왔는데 천만산해 떠돌다 이제 왔는데 왜 가야하냐고 내어빼누나   - 안상길 -

홍시

누구나 하나쯤 품고 산다지 터질까 두려운 단물 찬 , 빨간 그리움 아득히 푸른 하늘에 까치밥이라 남겨놓은 어설픈 변명 딸 수 없는 그 사람을   - 안상길 -

순 낸 고구마

밭 귀퉁이 풀섶에 나름 무성한 고구마 덩굴 순 내고 파 버려진 고구마 낸 순들 여기저기 재식 보내고 울퉁불퉁 근육처럼 연분홍 새살 돋워 마른 흙 위에 살아가고 있구나 .   잘 살아라 된서리 내릴 때까지 네 삶을 살아라   다 살았다 싶을 때 삶은 다시 시작 되고 살아 있으면 희망은 있고 희망이 있으면 살아지는 것   흙 모아 덩이뿌리 덮어주고 늘어진 내 팔 가죽 지그시 만져본다 .   - 안상길 - ❍ 재식 [ 栽植 ] 농작물이나 묘목을 땅에 심음 . 작물의 번식에 쓰이는 씨앗을 심는 것을 넓은 뜻에서 파종 ( 播種 ) 이라고 하고 ( 대체로는 종자나 이와 비슷한 씨앗을 뿌려 심는 것을 의미함 ), 영양기관 등을 번식용으로 쓰는 경우에는 재식 ( 栽植 )· 정식 ( 定植 )· 삽식 ( 揷植 ) 등으로 부르고 , 볍씨를 물못자리에 파종하는 것은 낙종 ( 落種 ) 이라고도 한다 .

담쟁이

담쟁이는 담보다 더 오르지 못한다 . 어깨동무 열심히 담을 타고 넘어도 활짝 잎을 피워 담을 덮어도 담쟁이는 담 위로 치솟지는 못한다 . 담쟁이는 그래도 담을 오른다 .   - 안상길 -

추억

아무도 모른다네 우리의 추억   별이 알고 달이 알고 바람이 알고   강이 알고 해가 알고 들꽃이 알고   아무도 모른다네 우리의 추억   가슴 깊이 묻어둔 지나간 추억   싹이 틀까 묻어둔 오래된 추억   - 안상길 -

회토골

가고 가다보면 언젠가는 가지겠지 가고 가서보면 아쉬움도 생기겠지 퐁퐁 샘을 파면 하늘 내려 놀다가고 노루도 멧돼지도 어슬렁 와 마시겠지   - 안상길 -

찔레꽃

찌를레 찌를레 날 꺾으면 찌를레 꺾이려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높게 핀 찔레꽃이 상그런 오후 건듯건듯 바람 불어 펄펄 봄이 가도 이제 아주 가누나 .   - 안상길 -

여름 암탉

그늘에서 뒹굴던 암탉이 햇볕 쨍쨍한 마당에 나왔다가 움직이면 따라하는 제 그림자에 놀라 둘레둘레 노려보다가 자꾸 길어지는 제 그림자에 놀라 꼬꼬댁 홰를 치며 꽁지 빠지게 달아난다 .   - 안상길 -

추석 뒤끝

자식들은 바람처럼 휘 ~ 잉 왔다가 가고 구멍 뚫린 그루터기 어머니는 우두커니 뒷모습만 보고 계셨다 . 이 밤 옆 산에는 노루 한 마리 울겠고 , 어머니 가슴에는 바람이 울고 있겠다 .   - 안상길 -

새벽 달

새벽달 하이 밝아 추억 밟아 나섰더니 아직도 기다리느냐고 귀뚜라미 귀뚤귀뚤 . 그 날 밤 그 메밀밭 달과 함께 비췄다며 옛 기억이 새로운 듯 샛별이 반짝반짝 .   - 안상길 -

봄비

비가 내린다 . 자박자박 .   어디로 데려가니 보쌈한 겨울을   눈트는 라일락 가지가 설렘으로 건들댄다 .   - 안상길 -

파경破鏡

겨우내 참았던 눈이 내렸다 . 열 네 해 다섯 발자국 점점이 찍힌 눈 밭 위에 붉은 동백꽃 두 송이가 떨어졌다 .   - 안상길 -

호미

양지바른 비탈 밭에 녹 슨 호미 하나 하늘 보고 누워있다 . 이 장 저 장 소장수 50 년에 다리 절던 주인이 산에 묻힌 날 호미는 바람 속에 묻혔다 .   - 안상길 -

넝쿨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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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내가 서성이던 그 집 담장에 낯선 넝쿨콩이 열려 있다 . 달음질을 잘하던 그 아이는 천안 어딘가에 살고 있다지 아들 낳고 딸 낳고 살고 있다지 서방하고 알콩달콩 살고 있다지 사십 여 년 세월을 돌아 희끗한 내 발길이 그 집 앞을 지난다 .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