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人송인 / 산 끝에 걸린 마음 / 鄭知常정지상

庭前一葉落[정전일엽락]  뜰 앞에 잎새 하나 떨어지니

床下百蟲悲[상하백충비]  마루밑 뭇 벌레 슬피 우누나

忽忽不可止[홀홀불가지 홀홀히 떠나니 막을 수 없어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 유유히 어디로 가시었는가

片心山盡處[편심산진처]  조각난 마음은 산 끝에 걸려

孤夢月明時[고몽월명시]  달 밝으면 외로운 꿈을 꾸니

南浦春波綠[남포춘파록]  남포에 봄 물결 푸르러질 때

君休負後期[군휴부후기]  그대 우리 기약 어기지 마오

 

<送人송인 / 님을 보내다 / 鄭知常정지상 : 東文選동문선>

 

정지상[鄭知常] 서경(西京)인으로 초명은 지원(之元). 호는 남호(南湖)이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성장했다. 1112(예종 7)에 과거에 급제하여 1113년에 지방직으로 벼슬을 시작했다. 1127(인종 5) 좌정언으로 이자겸(李資謙)을 제거한 공을 믿고 발호하는 척준경(拓俊京)을 탄핵해 유배하도록 하였다. 1129년 좌사간으로 기거랑(起居郎) 윤언이(尹彦頤) 등과 시정(時政)의 득실을 논하는 소()를 올리니 왕이 받아들였다. 서경출신으로 서울을 서경으로 옮길 것을 주장해, 김부식(金富軾)을 중심으로 한 유교적·사대적인 성향이 강하던 개경 세력과 대립하였다. 서경을 거점으로 묘청 등이 난을 일으키자, 적극 가담해 금나라를 정벌하자고 주장하며 칭제건원(稱帝建元)을 하였다. 그러나 개경 세력의 김부식이 이끄는 토벌군에게 패해 개경에서 참살되었다. 정지상은 정치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와 문()에서도 명성을 떨쳐 당대에 김부식(金富軾)과 쌍벽(雙璧)을 이루는 등 문학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지상의 시재(詩才)는 이미 5세 때에 강 위에 뜬 해오라기를 보고 어느 누가 흰 붓을 가지고 자를 강물에 썼는고.[何人將白筆 乙字寫江波]”라는 시를 지었다는 일화가 야사로 전해올 만큼 뛰어났다. 1130년 지제고(知制誥)로 왕명에 따라 곽여(郭輿)를 위해 산재기(山齋記)를 짓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재로 고려 12시인 중의 하나로 꼽혔다. 노장사상에 심취했으며, 음양비술(陰陽祕術)에도 관심이 많아 묘청(妙淸백수한(白壽翰) 등과 함께 삼성(三聖)으로 불렸다. 역학(易學불교(佛敎)에도 조예가 깊었다. 또한 그림·글씨에도 능통했는데, 특히 사륙변려체를 잘 썼다고 한다. 작품으로는 동문선(東文選)에 신설(新雪향연치어(鄕宴致語), 동경잡기(東京雜記)에 백률사(栢律寺서루(西樓)등이 전하며, 정사간집(鄭司諫集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에도 시 몇 수가 실려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홀홀[忽忽] 갑작스러운 모양. 심신이 불안한 모양. 실의한 모양. 깃발 따위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 조심성이 없고 행동이 매우 가벼움. 별로 대수롭지 아니함. 갑자기. 별안간. 돌연. 어느덧. 어느새. 잠깐 동안에. 벌써. 금세. 순식간에.

유유[悠悠] 아득히 먼 모양. 생각하는 모양. 가는 모양. 한가한 모양. 아득하여 끝이 없는 모양. 걱정하는 모양. 때가 오랜 모양. 침착하고 여유가 있는 모양. 많은 모양. 길다. 장구하다. 아득히 멀다. 요원하다. 느긋하다. 유유하다. 여유 있다.

편심[片心] 작은 마음. 일방적인 마음. 좁은 마음. 일방적으로 치우친 마음. 한 조각 마음으로, 외로운 심정.

남포[南浦] 포구(浦口) 이름. 평안남도 평양(平壤) 대동강(大洞江) 가에 있다.

후기[後期] 뒷날의 기약(期約). 뒤의 시기(時期). 또는, 뒤의 기간(期間). 예정된 기일보다 늦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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