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中遊祖塔院병중유조탑원 / 병으로 조탑원에서 자적하다 / 蘇軾소식

紫李黃瓜村路香[자리황과촌로향]  오얏에 참외 익는 시골길은 향기롭고

烏紗白葛道衣凉[오사백갈도의량]  오사모에 하이얀 칡베도포 시원쿠나

閉門野寺松陰轉[폐문야사송음전]  문 닫힌 절간에 솔 그늘은 돌아들고

欹枕風軒客夢長[의침풍헌객몽장]  풍헌 난간에 기댄 나그네의 꿈은 길어

因病得閑殊不惡[인병득한수불악]  병으로 한가함도 그리 나쁘지 않으니

安心是藥更無方[안심시약갱무방]  맘 편한 게 약이지 다른 처방 있으랴

道人不惜階前水[도인불석계전수]  스님은 섬돌 앞의 샘물 아끼지 않고

借與匏樽自在嘗[차여포준자재상]  표주박 빌려주어 실컷 맛보게 하누나

 

<病中遊祖塔院병중유조탑원 / 병중에 조탑원(호포사)에서 자적(自適)하다 / 蘇軾소식>

 

소식[蘇軾] () 신종(神宗철종(哲宗) 때의 문인으로 미주(眉州) 미산(眉山: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미산眉山) 사람이다. 자는 자첨(子瞻화중(和仲)이며,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정상재(靜常齋설랑재(雪浪齋)이며,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벼슬은 항주통판(杭州通判항주지주(抗州知州) 등을 지냈는데 치적이 있었고, 단명전학사(端明殿學士예부상서(禮部尙書)에 이르렀다. 왕안석(王安石)의 신법(新法)을 반대하여 좌천되었으나 뒤에 철종(哲宗)에게 중용(重用)되었다. 소순(蘇洵)의 아들이자 소철(蘇轍)의 형으로 이 삼부자를 삼소(三蘇)라 부르는데 각기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자리를 차지하였다. 시는 송대(宋代)의 제1인자로 꼽히고 글씨와 그림에도 능하였다. ()에서는 신기질(辛棄疾)과 함께 소신(蘇辛)으로, 시에서는 황정견(黃庭堅)과 함께 소황(蘇黃)으로 병칭되었으며, 그림에서도 황정견(黃庭堅), 미불(米芾), 채양(蔡襄) 등과 함께 송사가(宋四家)로 불렸다. 또한 경사(經史)에 통하여 그의 학파를 촉파(蜀派)라 한다. 그의 시 적벽부(赤壁賦)가 유명하고, 저서에 역서전(易書傳), 논어설(論語說), 구지필기(仇池筆記), 동파칠집(東坡七集), 동파악부(東坡樂府), 동파지림(東坡志林), 동파전집(東坡全集) 등이 있다.

조탑원[祖塔院] 절강(浙江)성 항주(杭州) 서남쪽 대자산(大慈山) 일명 호포산(虎跑山)에 있는 대자정혜선사(大慈定慧禪寺). 속칭 호포정혜사(虎跑定慧寺) 또 호포사(虎跑寺). 사찰 경내에 호포천(虎跑泉)이라는 샘이 있다.

조탑원[祖塔院] 조탑(祖塔)은 유명한 스님의 사리를 모신 탑이다. 조탑원(祖塔院)은 서호(西湖)의 서쪽에 있는 사원으로, 본래 당나라 개성(開成) 원년(836)에는 법운사(法雲寺)라고 불렸다. 그런데 송나라 태평흥국(太平興國) 6(981)에 남천(南泉임제(臨濟조주(趙州설봉(雪峰) 등 그 유명한 고승들이 이곳에 상주했던 까닭에 조탑원이라 불리게 됐다.

오사[烏紗] 오사모(烏紗帽). 검은 깁으로 만든 모자. 본래는 관원(官員)들이 쓰던 관모(官帽)였으나 당조(唐朝)에 이르러 민간(民間)에서도 유행하게 되었다.

백갈도의[白葛道衣] 갈포(葛布)로 지은 도인(道人)들이 입는 옷을 가리킨다. 갈포는 칡의 섬유로 짠 베로 속칭 하포(夏布)라고도 한다.

송음[松陰] 소나무그늘.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가리키기도 한다. 송음(松蔭)으로도 쓴다.

풍헌[風軒] 창문과 난간이 달린 바람이 잘 통하는 작은 집이다.

객몽[客夢] 나그네의 꿈. 객지에서 꾸는 꿈. 집을 떠나 떠도는 사람이 꾸는 꿈을 가리킨다.

안심시약[安心是藥]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다. 선종(禪宗)의 이른바 안심법문(安心法門)을 인용해서 말한 것이다. 중국 선종의 2대조인 혜가(慧可)가 스승인 달마(達磨)에게 제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니 스승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我心未寧 乞師與安]”라고 하자, 달마가 그 마음을 가지고 와라. 내가 너에게 편안함을 주겠다[將心來 與汝安]”라고 하니, 혜가가 한참 뒤에 그 마음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습니다.[覓心了不可得]”라고 하니, 달마가 내가 너에게 이미 마음을 편히 하는 경지를 주었다.[我與汝安心竟]”라고 한 고사가 전한다. <景德傳燈錄 卷3>

포준[匏樽] 표주박으로 만든 술잔. 보통 마시는 것을 뜨는 그릇으로 사용한다.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하나의 잎사귀 같은 조각배를 타고서, 바가지 술잔 들어 서로 권한다.[駕一葉之扁舟 擧匏樽以相屬]”라고 하였다.

자재[自在] 걸림 없이 자유롭게. 마음대로 무엇이나 자유롭지 않은 것이 없고 장애될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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