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世경세 / 명리는 재화의 문이라 / 懶翁惠勤나옹혜근

昨是新春今是秋[작시신춘금시추]  어제는 새봄이더니 오늘은 가을이라

年年日月似溪流[년년일월사계류]  해마다 가는 세월 흐르는 냇물 같아

貪名愛利區區者[탐명애리구구자]  명예를 탐하고 이익 쫓는 인간들아

未滿心懷空白頭[미만심회공백두]  품은 뜻 못 채우고 머리만 세었구나

 

終朝役役走紅塵[종조역역주홍진]  온종일 헐레벌떡 홍진 속을 내달리니

頭白焉知老此身[두백언지로차신]  머리칼 다 센들 몸 늙은 줄 어이 알랴

名利禍門爲猛火[명리화문위맹화]  명리는 재화의 문 사나운 불길 되어

古今燒殺幾千人[고금소살기천인]  예로부터 태워 죽인 사람이 몇 천인가

 

<警世경세 / 名利禍門명리화문 / 懶翁惠勤나옹혜근 : 東文選동문선>

 

나옹[懶翁] 석나옹(釋懶翁). 고려 공민왕(恭愍王) 때의 왕사(王師) 혜근(惠勤)의 법호이다. 속성은 아씨(牙氏), 속명은 원혜(元惠). 호는 강월헌(江月軒). 시호는 선각(禪覺)이다. 영해(寧海) 출생으로, 20세 때 친구의 죽음을 보고 출가하여 공덕산 묘적암(妙寂庵)의 요연(了然)에게 득도하고, 1348(충목왕 4) 원나라에 가서 연경(燕京)의 고려 사찰인 법원사(法源寺)에서 인도의 승려 지공화상(指空和尙)에게 심법(心法)의 정맥(正脈) 받았다. 중국 각지를 돌며 평산처림(平山處林)과 천암원장(千巖元長)에게 달마(達磨)로부터 내려오는 선()의 영향을 받았다. 1358(공민왕 7) 귀국하여 1361년 왕의 요청으로 신광사(神光寺)에 머물며 홍건적(紅巾賊)의 침입 때 사찰을 지키고, 뒤에는 광명사(廣明寺)와 회암사(檜巖寺)에 머물렀다. 1371년 왕사(王師)가 되어 회암사에 있으면서 1376(우왕 2) 문수회(文殊會)를 열었는데 사람들이 다투어 모여들어 대혼란이 일자, 조정에서 밀양(密陽) 영원사(瑩源寺)로 이주하도록 하였는데, 가는 도중 여주(驪州) 신륵사(神勒寺)에서 나이 56, 법랍 37세로 입적하였다. 목은(牧隱) 이색(李穡)이 그의 석종(石鐘)의 명문(銘文)과 비문을 지었다. 그 비와 부도가 신륵사에 있다. 조선 건국에 기여한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스승이었고, 지공(指空무학(無學)과 함께 삼대화상(三大和尙)으로 불렸다. 보우(普愚)와 함께 조선 시대 불교의 초석을 세운 고승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서로는 나옹화상어록(懶翁和尙語錄) 1권과 가송(歌頌) 1권이 전한다.

경세[警世] 세상 사람들을 깨우침. 세상 사람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다. 세상을 경계하여 깨우치다.

구구[區區] 작은 모양. 변변하지 못한 마음. 제각각 다름. 떳떳하지 못하고 구차(苟且)스러움. 잘고 용렬(庸劣). 작다. 사소하다. 보잘것없다. 시시하다. 얼마 되지 않다. 가지각색이다. 구구(區區)하다. . 소인. 근소함. 득의한 모양. 사랑함. 부지런한 모양. 온 힘을 다해 질주하다. 한마음을 가리키기도 한다.

심회[心懷]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 마음에 품다. 심정.

종조[終朝] 하루 아침이 끝날 동안. 해가 뜰 때부터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의 시간. 아침 내내. 이른 아침. 하루 종일. 얼마 안 되는 동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시경(詩經) 소아(小雅) 채록(采綠)아침부터 밖에서 조개풀을 뜯어도, 한 움큼도 가득 채울 수 없네.[終朝采綠 不盈一匊]”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동일유회이백(冬日有懷李白)에서도 조용한 서재에 틀어박힌 채, 아침 내내 그대만 생각하였네.[寂寞書齋裏 終朝獨爾思]”라고 하였다.

역역[役役]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아니하고 일에만 힘을 씀. 심력을 기울이는 모양. 경박하고 간사한 모양. 끊임없는 노고. 바쁘다. 권문세가(權門勢家)에 분주히 드나들며 명리(名利)를 꾀함.

홍진[紅塵] 길에서 붉게 일어나는 흙먼지. 거마(車馬)가 일으키는 먼지. 바람이 몹시 불어 햇빛에 벌겋게 일어나는 티끌. 속세(俗世)의 티끌. 번거롭고 어지러운 속()된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불교와 도교에서 인간세상을 일컬음. 진세(塵世), 속세(俗世).

명리[名利] 명예(名譽)와 이익(利益)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세상에서 얻은 명성과 이득. 명리는 공명(功名)과 이록(利祿).

재화[災禍] 재앙(災殃)과 화난(禍難)을 아울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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