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詩十二首其五잡시12수5 / 멈추지 않는 세월 / 陶淵明도연명

憶我少壯時[억아소장시]  나의 젊은 시절 돌이켜보면

無樂自欣豫[무락자흔예]  기쁜 일 없이도 그저 즐겁고

猛志逸四海[맹지일사해]  굳센 의지는 사해를 내달려

騫翮思遠翥[건핵사원저]  깃 펼쳐 아득히 날려 했는데

荏苒歲月頹[임염세월퇴]  어느덧 세월이 점점 기울어

此心稍已去[차심초이거]  그 마음 점점 사라져 가고

値歡無復娛[치환무부오]  기쁜 일 만나도 즐겁지 않고

每每多憂慮[매매다우려]  일마다 근심에 걱정만 느네

氣力漸衰損[기력점쇠손]  기력이 점점 줄고 약해지니

轉覺日不如[전각일불여]  갈수록 하루가 다름을 아네

壑舟無須臾[학주무수유]  죽음은 눈 깜짝할 사이도 없이

引我不得住[인아부득주]  나를 끌고 가니 머물 수 없네

前途當幾許[전도당기허]  앞으로 남은 길 얼마나 될까

未知止泊處[미지지박처]  잠시 멈춰 묵을 곳도 모르니

古人惜寸陰[고인석촌음]  옛 사람 촌음도 아꼈다는 말

念此使人懼[염차사인구]  이에 생각이 나 두려워지네

 

<雜詩十二首[其五]잡시125 / 멈추지 않는 세월 / 陶淵明도연명>

 

도연명[陶淵明] 도잠(陶潛). 동진(東晉) 말기부터 남조(南朝) (:유송劉宋) 초기 사람이다. 시인이자 문학가로 청신하고 자연스러운 시문으로 시명을 얻었다. 강주(江州) 심양(尋陽) 시상(柴桑)에서 태어났다. 자는 원량(元亮)이다. ()나라에 와서 이름을 잠()으로 바꾸었다. 일설에는 연명(淵明)이 그의 자()라고도 한다. 증조부 도간(陶侃)은 동진(東晉)의 개국공신으로 관직이 대사마에 이르렀으며, 조부 도무(陶茂)와 부친 도일(陶逸)도 태수를 지냈다. 29세 때에 벼슬길에 올라 주()의 좨주(祭酒)가 되었지만, 얼마 안 가서 사임하였다. 그 후 생활을 위하여 진군참군(鎭軍參軍건위참군(建衛參軍)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항상 전원생활을 동경한 그는 팽택현령(彭澤縣令)이 되었으나 80여 일 만에 벼슬을 버리고, 41세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전원으로 돌아와 문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고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하였다. 고향에 은거한 뒤에 다시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63세에 세상을 떴다. 그의 사후에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그에게 정절선생(靖節先生}이란 시호를 주어 불렀다. ()나라 종영(鍾嶸)의 시품(詩品)고금의 은일시인 가운데 첫머리[古今隱逸詩人之宗]”라 평가했을 만큼 그의 시풍이 중국문학사에 남긴 영향이 매우 크다. 주요 작품으로 음주(飮酒귀원전거(歸園田居도화원기(桃花源記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귀거래사(歸去來辭) 등이 있다. 도연명이 직접 지은 만사는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에 의만가사(擬挽歌辭)라는 제목으로 3수가 실려 있다.

잡시[雜詩] 정형에 거리낌 없이 지은 시(). 옛날부터 있는 시제(詩題)로서, 특정한 제재(題材)에 내용이 한정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제목을 어느 하나의 예()에 구속됨이 없이 비교적 뜻 가는 대로 정한 것을 이른다. 악부적(樂府的) 내용이 대부분이다. 평주문선(評注文選)()이란, 전해오는 관례에 구속되지 않고 사물을 만나면 즉언(卽言)하기 때문에 잡()이라 이르는 것이다.[雜者, 不拘流例, 遇物卽言, 故云雜也.]”라고 하였다.

소장[少壯] 젊고 기운참. 나이가 젊고 혈기(血氣)가 왕성(旺盛). 젊고 씩씩함.

흔예[欣豫] 기쁘고 즐거움. 기뻐함을 즐기다. 즐거워하다.

맹지[猛志] 굳게 먹은 뜻. 굳센 의지. 굳게 먹은 뜻.

사해[四海] 사방(四方)의 바다. 온 천하. ‘사해의 안이란 뜻에서 온 세상(世上)을 일컬음.

건핵[騫翮] 날개 들어 높이 날다. 날개를 활짝 펼치다.

원저[遠翥] 멀리 날아오르다.

임염[荏苒] 어느덧, 차츰 시간이 지나가고. 세월이 덧없이 지나감. 차츰차츰 세월이 지나감. 사물(事物)이 점진적(漸進的)으로 변화함.

초이거[稍已去] 점점 사라져감.차츰 사라지다.

매매[每每] 번번이. 언제나. 항상. .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또는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쇠손[衰損] 체력 따위가 감퇴하다. 쇠약해지다. 허물어지고 줄어듦.

전각[轉覺] 차츰 느끼게 된다.

학주[壑舟]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배를 골짜기에 숨기고 산을 늪 속에 숨겨 놓고는 이제 완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밤중에 힘센 이가 등에 지고 달아날 수가 있는데, 우매한 자들은 이런 사실조차 알지를 못한다.[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負之而走 昧者不知也]”고 하였다. 사람이 사는 것은 영원한 것 같지만 생사 변화하는 조화(造化)의 힘은 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깊이 숨는다는 뜻으로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수유[須臾] 잠시(暫時). 매우 빠른 시각. 시간적 개념으로서 잠깐 동안을 이르는 말.

전도[] 앞으로 나아갈 길. 장래. 장래의 처지. 앞길.

기허[幾許] 얼마쯤. 얼마 가량.얼마간. 얼마나. 잘 모르는 수효나 분량이나 정도.

지박[止泊] 어떤 곳에 머무름. 또는 머무르게 함.

촌음[寸陰] 얼마 안 되는 시간, 썩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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