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오늘이 정월 대보름인가

나무 다섯 짐하고

노간주나무로 불을 때

오곡밥에 나물 먹고

논두렁에 쥐불을 놓고

불깡통 돌리며 놀다

그 집이 그 집인 집에 밥 훔치러 가면

부엌문은 이미 열리어 있고

솥뚜껑 여는 소리에 안방에서

"나물하고 반찬은 찬장에 있다."

아무 말도 못하고 후다닥 챙겨 달아나서

어느 한집 웃 방에 모여 밥을 비벼먹고

성냥개피 따먹기 민화투를 치곤 했었는데

그 때는 원정골에도 여러집이 살았고

나이 차이가 많지만

아이들도 많았는데

시간이 흐르며 한집 두집 떠나고..

다들 커서 객지로들 떠나가고...

진신이랑 나랑 둘만 남아 놀다가

진신네도 떠나고 나 혼자 놀다가.

이제는 나마져 원정골을 떠났으니...

그 산골엔 어머니 홀로 계시고...

잡곡밥이나 해드셨는지...

원정골 말봉산에 부엉이 소리

달만 달만 휘영청

밝겠다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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