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三戒 : 영모씨지서永某氏之鼠 / 영주 아무개네 집의 쥐 / 유종원柳宗元

영주(永州) 땅에 아무개가 살고 있었는데, 일진(日辰)과 미신을 믿어 두려워하고 꺼림이 특히 심하였다.

그는 자기가 태어난 해가 자년(子年: 쥐띠 해)이고 쥐는 ()의 신()이므로, 쥐를 좋아하여 고양이와 개는 기르지 않았고, 하인에게도 쥐를 때려잡지 못하게 하였다.

곳간과 부엌에서 쥐가 온갖 짓을 멋대로 하여도 모두 그대로 두었다.

이런 까닭에 쥐들은 서로에게 알려 모두 아무개네 집에 와서 실컷 먹어댔지만 어떠한 화도 입지 않았다.

아무개네 방 안에는 온전한 기물(器物)이 하나도 없고, 횃대에는 온전한 의복이 하나도 없었으며, 식구들이 먹는 음식은 대부분 쥐들이 먹다가 남긴 찌꺼기였다.

쥐들은 낮에도 떼를 지어 사람과 나란히 우르르 몰려다니고, 밤이 되면 훔쳐 물어뜯으며 격렬하게 싸워대는데, 온갖 기괴한 소리를 질러대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개는 끝내 싫어하지 않았다.

몇 년 후에 아무개는 다른 고을로 이사를 가고, 다른 사람이 와서 살게 되었지만 쥐들의 행태는 예전이나 다름이 없었다.

새로 이사 온 사람은 말하기를 본시 숨어 살며 악행을 저지르는 동물이지만, 이것들은 도적질하고 난폭함이 특히 심하니,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하고는 고양이 대여섯 마리를 빌려오고, 문을 닫고, 기왓장을 걷어내고, 쥐구멍에 물을 붓고, 품사 온 일꾼들로 사방을 에워싸 잡으니, 잡아 죽인 쥐들이 언덕처럼 쌓였다.

그것들을 사람이 없는 후미진 곳에 버리니, 썩는 냄새가 몇 달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 저 놈들은 실컷 훔쳐 먹어대고도 아무런 화를 당하지 않음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단 말인가!

 

<삼계三戒: 영모씨지서永某氏之鼠 / 영주 아무개네 집의 쥐 / 유종원柳宗元>

 

永有某氏者, 畏日, 拘忌異甚. 以爲己生歲直子, , 子神也, 因愛鼠, 不畜貓犬, 禁僮勿擊鼠. 倉廩庖廚, 悉以恣鼠不問. 由是鼠相告, 皆來某氏, 飽食而無禍. 某氏室無完器, 椸無完衣, 飮食大率鼠之餘也. 晝累累與人兼行, 夜則竊嚙鬪暴, 其聲萬狀, 不可以寢. 終不厭. 數歲, 某氏徙居他州, 後人來居, 鼠爲態如故. 其人曰:是陰類惡物也, 盜暴尤甚, 且何以至是乎哉!假五六貓, 闔門, 撤瓦, 灌穴, 購僮羅捕之, 殺鼠如丘, 棄之隱處, 臭數月乃已. 嗚呼! 彼以其飽食無禍爲可恒也哉! <柳宗元 / 三戒 / 永某氏之鼠>

 

[삼계三戒 / 세 가지 경계할 일 / 병서幷序]

나는 항상 세상 사람들이 자기의 본성을 헤아릴 줄 모르고 외부의 사물을 빙자하여 함부로 재주 부리는 것을 싫어하였는데, 어떤 경우는 다른 사람의 세력에 의지하여 자신과 다른 부류를 벗으로 삼고, 어떤 경우는 하찮은 재주를 부려 강자를 격노하게 만드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기회를 틈타 제멋대로 횡포를 부린다. 그러나 결국에는 모두 큰 화를 당한다. 어떤 사람이 고라니, 나귀, 쥐 등 세 가지 동물에 관한 고사를 이야기 하여 주었는데, 그 일이 앞의 몇 가지 경우와 비슷하였으므로 이 삼계(三戒)를 쓴다. [吾恒惡世之人, 不知推已之本, 而乘物以逞. 或依勢以干非其類, 出技以怒强, 竊時以肆暴, 然卒迨於禍. 有客談麋驢鼠三物. 似其事. 作三戒.]

 

외일[畏日] 사람을 두렵게 하는 여름날의 태양이라는 뜻으로, 두려움을 의미한다. 춘추 시대 노국(潞國)의 대부(大夫) 풍서(酆舒)가 진()나라 가계(賈季)에게 ()의 대부 조순(趙盾), 조최(趙衰) 둘 중에 누가 더 어진가?”라고 물으니, 가계가 대답하기를 조최는 겨울날의 태양이요, 조순은 여름날의 태양이다.[趙衰冬日之日也 趙盾夏日之日也]”라고 하였는데, 그 주()겨울날의 태양은 사랑스럽고, 여름날의 태양은 두려운 것이다.[冬日可愛 夏日可畏]”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氏傳 文公7>

일진[日辰] 그날의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말한다. 일진은 음양오행설에 따라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흉한 것을 피하고 길한 것을 택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한 것이다. 우주생성의 원리를 태극에 두고, 태극에서 음과 양으로 분리하고 그것을 다시 금토의 다섯 가지의 원소로 구분하였다.

구기[拘忌] 미신으로 재앙이 올까 두려워 마음에 꺼림. 사위함. 좋지 않게 여기어 꺼리거나 피함.

음류[陰類]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남을 해치는 못된 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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