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


딸랑구 스케치북 사다가 생각이 난다.

여덟째 막내가 크레용이 서러워

색깔도 대충 없고 남은 것도 몽당인

크레용이 서러워

학교 가지 않겠다고 울던 날이 생각난다.

엄니가 회초리를 치셨는지

아버지가 무슨 약속을 하셨는지

기억 없지만

그날, 나는 학교에 갔고

엄니 회초리의 따끔함도

아버지가 약속을 어긴 기억도 없다.

 

나는 어디서 왔나

엄니, 아버지는 어디계신가

나는 어디에 있나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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