放言五首其五방언5수5 / 허깨비 애락 정으로 매려나 / 白居易백거이

泰山不要欺毫末[태산불요기호말]  태산은 작은 것도 업신여기지 않고

顔子無心羨老彭[안자무심선노팽]  안자는 노팽 장수 선망하지 않았네

松樹千年終是朽[송수천년종시후]  천년 사는 소나무도 결국은 썩으나

槿花一日自爲榮[근화일일자위영]  무궁화는 하루라도 스스로 누리나니

何須戀世常憂死[하수연세상우사]  삶에 연연하여 항상 죽음 근심 말고

亦莫嫌身漫厭生[역막혐신만염생]  몸과 삶을 함부로 싫어하지도 마시라

生去死來都是幻[생거사래도시환]  살고죽고 가고옴이 모두 헛것인 것을

幻人哀樂繫何情[환인애락계하정]  허깨비 애락을 어찌 정으로 매려하나

 

幷序병서 : 원진(元稹)이 강릉(江陵)에 있을 때 방언(放言)이라는 장구 다섯 수를 지었다. 그 시운이 높고 시율은 격식을 갖추었으며, 시의는 예스러우나 시어는 참신하였다. 내가 매번 그 시를 읊을 때마다 그 맛을 깊이 음미했다. 비록 선배들 중에 시에 깊이 있는 자가 있었지만, 원진의 이런 시는 없었는데, 그나마 이기(李頎)의 시 잡흥(雜興)제수는 절로 맑고 하수는 절로 탁해, 주공은 대성인에 접여는 광인이라.[濟水自淸河自濁 周公大聖接輿狂]”라고 한 시구만이 그에 가까웠다. 내가 심양의 보좌로 출임함에 아직 임지에 이르지 않았고 배 위에서도 한가했기에 강물 위에서 홀로 읊어 다섯 수를 엮어 원진의 뜻을 잇고자할 따름이다.[元九在江陵時, 有放言長句詩五首, 韻高而體律, 意古而詞新. 予每詠之, 甚覺有味, 雖前輩深於詩者, 未有此作. 唯李頎有云: ‘濟水自淸河自濁, 周公大聖接輿狂.’ 斯句近之矣. 予出佐潯陽, 未屆所任, 舟中多暇, 江上獨吟, 因綴五篇以續其意耳.] <放言 五首 幷序>

 

<放言五首其五방언55 / 허깨비 애락을 정으로 매려나 / 白居易백거이>

 

백거이[白居易] ()나라 때 시인으로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 또는 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조적(祖籍)은 산서(山西) 태원(太原)이고, 이백(李白)이 죽은 지 10, 두보(杜甫)가 죽은 지 2년 후에 하남(河南) 신정(新鄭)에서 태어났다. 정원(貞元) 16(800)에 진사가 되어, 벼슬은 소주(蘇州항주(杭州)의 자사를 거쳐 만년에 태자소부(太子少傅)에 지냈고, 형부상서(刑部尙書)로 치사(致仕)하였다. 향산(香山)에서 지내다가 세상을 뜬 뒤 낙양(洛陽) 남쪽 향산의 비파봉(琵琶峰)에 묻혔다. 시호는 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백부(白傅) 또는 백문공(白文公)으로 불렀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5세 때부터 시 짓는 법을 배웠으며 15세가 지나자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시재를 보였다 한다. 이백(李白), 두보(杜甫)와 더불어 당대3대시인(唐代三大詩人)으로, 같은 시대의 한유(韓愈)와 더불어 이두한백(李杜韓白)으로 병칭된다. 원진(元稹)과는 함께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이끌어 원백(元白)으로, 유우석(劉禹錫)과는 유백(劉白)으로 병칭되며 당시 으뜸으로 쳤다. 백거이는 시의 제재가 광범위하고 형식이 다양하며 언어가 평이하고 통속적이어서 시마(詩魔) 또는 시왕(詩王) 등의 칭호를 얻었다. 그는 시론을 통해 자신의 시작의 첫째 목적은 겸제(兼濟)의 뜻을 살린 풍유(諷諭)에 있다고 현실주의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고, 스스로 자신의 시집을 편집하면서 시를 풍유시(諷諭詩), 한적시(閑寂詩), 감상시(感傷詩), 잡률(雜律詩)의 네 종류로 분류하였다. 만년에는 세상일에 대하여 고민하고 방황한 끝에 한적을 좋아하는 태도로 발전한다. 저서에 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백씨육첩사류(白氏六帖事類) 등이 전한다. 장한가(長恨歌), 매탄옹(賣炭翁), 비파행(琵琶行) 등을 대표적인 시로 꼽는다.

원구[元九] ()씨 집안의 아홉 번째 아들, 곧 원진(元稹).

방언[放言] 거리낌이 없이 함부로 말함. 또는 그 말. 나오는 대로 말함. 세상일을 이야기하지 않다. 거침없이 말함. 나오는 대로 무책임하게 지껄이는 말.

불요[不要] 필요하지 아니함. 쓸데없음. ~하지 마라. ~해서는 안 된다. 받지 않다. 갖지 않다. 요구하지 않다.

호말[毫末] 털 끝. 털끝만한 작은 일 또는, 적은 양(). 극히 적은 분량. 아주 미세한 양. 지극히 미세한 것. 아주 자그마한 것.

안자[顔子] 안회(顔回)를 높여 이르는 말. 공자의 수제자. 가난을 괴롭게 여기지 않았고 무슨 일에도 성내지 않았으며 잘못은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았다 함. 29세에 백발이 되었고 32세에 사망했음.

노팽[老彭] 노팽(老彭)은 곧 8백세를 살았다는 팽조(彭祖), 이름은 전경(籛鏗)이라 한다. 일설에는 노담(老聃)과 팽조(彭祖)의 병칭이라고 하는데, 모두 장수했다고 한다.

근화[槿花] 아욱과()에 속한 낙엽 활엽 관목인 무궁화의 꽃.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때 지므로 덧없음에 비유됨.

연세[戀世] 세상 내지 삶에 대한 애착.

애락[哀樂] 슬픔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환인[幻人] 환상의 사람. 허깨비 같은 사람. 요술쟁이. 마술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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