放言五首其四방언5수4 / 천빈도 부귀도 / 白居易백거이

誰家第宅成還破[수가제댁성환파]  어느 가문이 저택을 지었다 부수고

何處親賓哭復歌[하처친빈곡부가]  어느 곳의 친빈이 곡하다 노래하랴

昨日屋頭堪炙手[작일옥두감자수]  어제는 권세가 손 델 듯이 뜨겁더니

今朝門外好張羅[금조문외호장라]  오늘은 대문밖에 그물 치기 좋아라

北邙未省留[북망미성류한지]  북망산에 노는 땅 아직 보지 못했고

東海何曾有[동해하증유정파]  동해에 여태껏 일정한 파도 없었네

莫笑賤貧誇富貴[막소천빈과부귀]  천빈 비웃지 말고 부귀 자랑마시라

共成枯骨兩如何[공성고골양여하]  모두 해골 된 후 그 둘이 어떠한가

 

幷序병서 : 원진(元稹)이 강릉(江陵)에 있을 때 방언(放言)이라는 장구 다섯 수를 지었다. 그 시운이 높고 시율은 격식을 갖추었으며, 시의는 예스러우나 시어는 참신하였다. 내가 매번 그 시를 읊을 때마다 그 맛을 깊이 음미했다. 비록 선배들 중에 시에 깊이 있는 자가 있었지만, 원진의 이런 시는 없었는데, 그나마 이기(李頎)의 시 잡흥(雜興)제수는 절로 맑고 하수는 절로 탁해, 주공은 대성인에 접여는 광인이라.[濟水自淸河自濁 周公大聖接輿狂]”라고 한 시구만이 그에 가까웠다. 내가 심양의 보좌로 출임함에 아직 임지에 이르지 않았고 배 위에서도 한가했기에 강물 위에서 홀로 읊어 다섯 수를 엮어 원진의 뜻을 잇고자할 따름이다.[元九在江陵時, 有放言長句詩五首, 韻高而體律, 意古而詞新. 予每詠之, 甚覺有味, 雖前輩深於詩者, 未有此作. 唯李頎有云: ‘濟水自淸河自濁, 周公大聖接輿狂.’ 斯句近之矣. 予出佐潯陽, 未屆所任, 舟中多暇, 江上獨吟, 因綴五篇以續其意耳.] <放言 五首 幷序>

 

<放言五首其四방언54 / 천빈도 부귀도 / 白居易백거이>

 

백거이[白居易] ()나라 때 시인으로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 또는 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조적(祖籍)은 산서(山西) 태원(太原)이고, 이백(李白)이 죽은 지 10, 두보(杜甫)가 죽은 지 2년 후에 하남(河南) 신정(新鄭)에서 태어났다. 정원(貞元) 16(800)에 진사가 되어, 벼슬은 소주(蘇州항주(杭州)의 자사를 거쳐 만년에 태자소부(太子少傅)에 지냈고, 형부상서(刑部尙書)로 치사(致仕)하였다. 향산(香山)에서 지내다가 세상을 뜬 뒤 낙양(洛陽) 남쪽 향산의 비파봉(琵琶峰)에 묻혔다. 시호는 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백부(白傅) 또는 백문공(白文公)으로 불렀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5세 때부터 시 짓는 법을 배웠으며 15세가 지나자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시재를 보였다 한다. 이백(李白), 두보(杜甫)와 더불어 당대3대시인(唐代三大詩人)으로, 같은 시대의 한유(韓愈)와 더불어 이두한백(李杜韓白)으로 병칭된다. 원진(元稹)과는 함께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이끌어 원백(元白)으로, 유우석(劉禹錫)과는 유백(劉白)으로 병칭되며 당시 으뜸으로 쳤다. 백거이는 시의 제재가 광범위하고 형식이 다양하며 언어가 평이하고 통속적이어서 시마(詩魔) 또는 시왕(詩王) 등의 칭호를 얻었다. 그는 시론을 통해 자신의 시작의 첫째 목적은 겸제(兼濟)의 뜻을 살린 풍유(諷諭)에 있다고 현실주의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고, 스스로 자신의 시집을 편집하면서 시를 풍유시(諷諭詩), 한적시(閑寂詩), 감상시(感傷詩), 잡률(雜律詩)의 네 종류로 분류하였다. 만년에는 세상일에 대하여 고민하고 방황한 끝에 한적을 좋아하는 태도로 발전한다. 저서에 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백씨육첩사류(白氏六帖事類) 등이 전한다. 장한가(長恨歌), 매탄옹(賣炭翁), 비파행(琵琶行) 등을 대표적인 시로 꼽는다.

원구[元九] ()씨 집안의 아홉 번째 아들, 곧 원진(元稹).

방언[放言] 거리낌이 없이 함부로 말함. 또는 그 말. 나오는 대로 말함. 세상일을 이야기하지 않다. 거침없이 말함. 나오는 대로 무책임하게 지껄이는 말.

친빈[親賓] 망인(亡人)과 가장 가까운 타성(他姓)인 사람 즉 사위.

친빈[親賓] 친빈(親賓)이란 상()을 당하면 상주(喪主)들은 경황이 없어서 사리 분별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대비해서 구제복(具祭服)을 입혀 빈소(殯所)에 서게 하는 사람을 말한다. 외간상(外間喪) 즉 남상(男喪)일 경우에는 맏조카(장조카)가 친빈(親賓)이 되고, 내간상(內間喪) 즉 여상(女喪)일 경우에는 고인의 친정 맏조카가 친빈(親賓)이 된다.

구제복[具祭服] 구제복(具祭服)이란 남자 상주가 입는 상복으로 삼베옷과 굴건(屈巾), 수질(-머리띠)과 요질(-허리띠), 행전 등을 모두 갖춘 제복(祭服)을 말한다.

자수[炙手] 가까이 가면 손이 덴다는 말로, 권세가 대단함을 비유한 것이다. ()나라 두보(杜甫)의 여인행(麗人行)손 델 만큼 뜨거운 권세 비길 데 없으니, 조심하여 승상의 노여움에 가까이 가지 말라.[炙手可熱勢絶倫 愼莫近前丞相嗔]”고 하였다.

옥두[屋頭] . 방안. 실내. 집 머리. 지붕머리. 지붕 위.

미성[未省] 아직 모르다. 미처 알지 못하다.

하증[何曾] 언제 ~한 적이 있었느냐.

제택[第宅] . 살림집. 살림집과 정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 살림집과 정자(亭子)의 총칭.

고골[枯骨] 해골. 백골. 죽은 뒤 살이 썩어 없어진 시체의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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