答蒼厓답창애5 / 기다림 / 朴趾源박지원

저물녘 용수산에 올라 그대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고

강물만 동쪽에서 흘러와 어디론가 흘러갔습니다.

밤이 깊어, 달빛 흐르는 강에 배를 띄워 돌아와 보니

정자 아래 고목나무가 하얗게 사람처럼 서 있어

나는 또 그대가 거기, 그새 먼저 와 있나 하였습니다.

 

<答蒼厓답창애(5) / 창애에게 / 朴趾源박지원 : 燕巖集연암집>

 

暮登龍首山候足下不至江水東來不見其去.
모등용수산후족하부지강수동래불견기거.
夜深泛月而歸亭下老樹白而人立又疑足下先在其間也.
야심범월이귀정하노수백이인립우의족하선재기간야.

 

창애[蒼厓]  유한준(兪漢雋)의 호이다. 유한준은 진사 급제 후 음직(蔭職)으로 군수부사목사형조 참의 등을 지냈다. 당대의 문장가로 평판이 높았으며, 젊은 시절에 연암과 절친하였으나, 나중에 열하일기(熱河日記)를 비방하고 산송(山訟)을 벌이는 등 사이가 극히 나빠졌다. 박종채(朴宗采)의 과정록(過庭錄)에 의하면, 바로 이 편지로 인해 유한준이 연암에 대해 유감을 품기 시작했다고 한다.

족하[足下]  같은 또래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말. 발밑. 아주 가까운 곳이란 뜻으로 전하여 편지글 등에서 가깝고 대등한 사람에 대한 경칭으로 쓰임.

범월[泛月]  달밤에 뱃놀이를 함. 배를 타고 물에 비친 달을 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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