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균의 쇳덩이로 새알을 내리치는 격 /전국책/한책/

장의가 진나라를 위하여 한왕에게 연횡설을 유세하였다.

한나라 땅은 험악한 산중에 있어서 오곡이 난다고 해야 고작 보리 아니면 콩 정도요, 백성이 먹는 것은 그저 콩밥 아니면 콩잎국 정도이며, 한 해만 농사가 시원찮아도 백성은 조강도 배불리 못 먹는 형편이요. 국토는 방 9백리도 넘지 못하며 2년 먹을 식량도 비축하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대왕의 병력을 헤아려 보면 모두 합해 불과 30만을 넘지 못하는데, 그것도 잡역과 부양을 합해서 그렇습니다. 거기에 요새와 보루를 지키며 수비하는 인원을 제하면 현역병은 20만을 넘지 못합니다.

그러나 진나라는 대갑 1백만에 병거는 1천 승이요, 기마는 1만 필이나 되며 용맹한 병사와 장애물을 뛰어넘고 머리에 투구를 쓰지 않은 군사, 강궁으로 화살을 쏘는 군사, 창검으로 분극하는 자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진나라의 말은 양마이고, 병졸은 많으며, 말이 한 번 뛰면 말굽의 거리가 세 길이 넘는데 그런 말이 수없이 많습니다. 산동 여러나라 병졸은 싸울 때 갑주를 입고 싸우지만, 진나라 병사는 오히려 갑옷을 벗어버리고 맨 몸으로 적에게 달려들어 왼손으로는 적의 머리를 거머쥐고 오른손으로 포로를 휘어잡고 다닙니다. 무릇 진나라 사졸과 산동 각국을 비교하면 마치 맹분과 겁부의 싸움과 같고 힘으로 서로 누르기는 오획이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맹분오획같은 전사들로 하여금 복종하지 않은 약한 나라의 군사를 공격하게 하는 것은, 마치 1천 균이나 되는 쇳덩어리로 새알을 내리치는 것과 같아서 절대로 요행을 바랄 수 없습니다.

제후들은 자기 병력이 약하고 식량이 적은 줄은 헤아리지 아니하고, 그저 합종을 주장하는 무리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서로 무리를 이루어 사사로운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내 말만 들으면 천하를 제패할 수 있다.’라 하여 국가의 장구한 이익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일시적 빈말을 들으라고 하니, 왕들을 그르치는 자 가운데 이보다 더한 이들이 없습니다. 대왕이 진나라를 섬기지 아니하면 진나라는 곧 군사를 내어 의양을 점거할 것이며, 한나라의 상당을 끊어버릴 것이며, 이어서 동쪽으로 성고의양을 점령하게 되면 홍대궁과 상림원은 더 이상 왕의 소유가 될 수 없습니다. 성고의 관문이 봉쇄당하고 상당의 교통이 끊어지면 왕은 나라는 분할되게 됩니다. 그러니 진나라를 섬기겠다고 먼저 나서서 복종하면 안전을 얻을 것이요, 복종하지 않으면 위험해질 것입니다. 무릇 화를 만들면서 복을 구하고, 계획이 천박하여 원한이 깊어지는 데도 진나라를 거역하고 초나라를 따라 합종을 밀고 나간다면, 비록 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해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을 위한 계책으로는 진나라를 섬기느니만 못합니다. 진나라가 가장 바라는 일은 바로 초나라를 약화시키는 것인데 초나라를 약화시킬 수 있는 나라는 바로 한나라입니다. 이는 결코 한나라가 초나라보다 강해서가 아니고, 다만 지리형세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입니다. 지금 왕께서 서쪽으로 진나라를 섬기면서 초나라를 공격하면 진왕은 틀림없이 기뻐할 것입니다. 초나라를 공격하여 사사로이 그 땅을 얻고 화를 돌려 진나라를 기쁘게 해주니, 이보다 훌륭한 계책은 없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진왕이 저를 사신으로 보내어 대왕의 어사에게 헌서하오니 어서 결정하기기 바랍니다.”

한왕이 말하였다.

객인께서 다행히 와서 가르쳐 주시니, 저는 나라를 그저 진나라의 한 군현처럼 여겨서 진왕을 위해 행궁을 짓고 춘추에 제사용품을 조공으로 바치며, 동쪽의 번속이라 칭하며 의양을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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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儀爲秦連橫說韓王曰:“韓地險惡, 山居, 五穀所生, 非麥而豆; 民之所食, 大抵豆飯, 藿羹;一歲不收, 民不饜糟糠;地方不滿九百里, 無二歲之所食. 料大王之卒, 悉之不過三十萬, 而厮徒負養在其中矣, 爲除守徼, 見卒不過二十萬而已矣.

秦帶甲百餘萬, 車千乘, 騎萬匹, 虎摯之士, 跿跔科頭, 貫頤奮戟者, 至不可勝計也. 秦馬之良, 戎兵之衆, 探前趹後, 蹄閒三尋者, 不可稱數也. 山東之卒, 被甲冒冑以會戰, 秦人捐甲徒裎以趨敵, 左挈人頭, 右挾生虜. 夫秦卒之與山東之卒也, 猶孟賁之與怯夫也; 以重力相壓, 猶烏獲之與嬰兒也.

夫戰孟賁烏獲之士, 以攻不服之弱國, 無以異於墮千鈞之重, 集於鳥卵之上, 必無幸矣. 諸侯不料兵之弱, 食之寡, 而聽從人之甘言好辭, 比周以相飾也, 皆言曰: ‘聽吾計則可以强霸天下.’ 夫不顧社稷之長利, 而聽須臾之說, 詿誤人主者, 無過於此者矣.

大王不事秦, 秦下甲據宜陽, 斷絶韓之上地, 東取成臯宜陽, 則鴻臺之宮桑林之菀, 非王之有已. 夫塞成臯, 絶上地, 則王之國分矣. 先事秦則安矣, 不事秦則危矣. 夫造禍而求福, 計淺而怨深, 逆秦而順楚, 雖欲無亡, 不可得也. 故爲大王計, 莫如事秦. 秦之所欲, 莫如弱楚, 而能弱楚者, 莫如韓. 非以韓能强於楚也, 其地勢然也.

今王西面而事秦以攻楚, 爲敝邑秦王必喜. 夫攻楚而私其地, 轉禍而說秦, 計無便於此者也. 是故秦王使使臣獻書大王御史, 須以決事.” 韓王曰:“客幸而敎之, 請比郡縣, 築帝宮, 祠春秋, 稱東藩, 效宜陽.” 戰國策 / 韓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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