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인형과 나무인형/전국책/조책/

소진이 이태에게 유세하여 말하였다.

낙양의 승헌리에 사는 소진이라고 합니다. 집안은 가난하고, 어버이는 늙고, 낡은 수레하나도 없고, 늙은 말 한 필도 없으며, 뽕나무로 만든 수레바퀴 하나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쑥대로 얽은 상자 하나에 헝겊으로 발을 싸맨 채, 책을 짊어지고 괴나리봇짐을 맨 채 먼지투성이가 되어 서릿길에 시달리며 장수와 황하를 건너고 발은 누에고치처럼 부풀어 오르고 하루에 백 리를 가서는 묵으면서 성읍 밖에 당도하여 귀하를 직접 찾아뵙고 천하의 일을 말씀드리려고 하는 바입니다.”

이태가 말하였다.

선생이 귀신 이야기를 하려고 나를 만나려 한다면 모르지만, 인간의 일을 말하려 한다면 나는 이미 모두 알고 있습니다.”

소진이 말하였다.

저는 귀신의 이야기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일을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태가 접견을 허락하자 소진이 말하였다.

오늘 찾아뵈올 때 날이 저물어 성문 닫을 시간에 늦어 임시로 숙소를 빌리려고 해도 빌 수가 없어 누군가의 밭에서 노숙을 하였습니다. 곁에 커다란 나무더미가 있었는데 밤이 깊자 흙인형이 나무인형과 다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는 나를 따를 수가 없다. 나는 흙으로 만들어졌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나는 허물어져 흙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너는 뿌리가 있는 나무도 아니고 나뭇가지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너는 비바람을 만나면 장수나 하수에서 떠돌다가 동쪽으로 흘러 바다로 나가 둥둥 끝없이 떠다닐 것이다

저는 내심 흙인형이 더 낫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주군께서는 주보를 죽이고 그 일족을 멸망시켰습니다. 주군은 천하에 임하여 매우 위태로운 상태에 있습니다. 주군이 소신의 계책을 받아들이면 그 위기를 극복하겠지만, 소신의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이태가 말하였다.

선생께서는 숙사에 묵으셨다가 내일 다시 오셔서 나를 만나주기 바랍니다.”

소진이 물러갔다. 그러자 이태의 집안일을 보는 사람이 이태에게 말하였다.

제가 가만히 주군과 소진과의 대화를 엿들어본 바에 의하면 그의 말재주는 주군의 위에 서고, 그의 박식함은 주군을 능가합니다. 주군께서는 소진의 계책을 들어주실 생각이십니까?”

이태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집안일을 보는 사람이 말하였다.

주군께서 들어주실 수 없다면 부디 두 귀를 막으시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지 마십시오.”

소진이 다음 날 또 만나 뵙고 종일 이야기를 하고서 물러갔다. 집안일을 보는 사람이 소진을 바래다주러 나오자 소진이 집안일을 보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어제는 대충 말씀드렸는데도 주군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오늘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했는데도 주군께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그러자 집안일을 보는 사람이 말하였다.

선생의 계책은 웅대하여 규모가 크고 원대합니다. 주군께서는 채택하여 쓰실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두 귀를 막고 듣지 말도록 말씀드렸습니다. 선생께서는 내일 다시 오십시오. 한번 선생에게 상을 후하게 내리도록 청해놓겠습니다.”

다음날 소진은 다시 찾아와 화제를 바꾸어 담론하였다. 그러자 이태는 소진에게 명월주와 화씨의 구슬, 검은담비가죽옷과 황금 백 일을 주어 송별하였다. 소진은 이를 여비 삼아 서쪽의 진나라로 들어갔다.

***

蘇秦說李兌曰: “雒陽乘軒車蘇秦, 家貧親老, 無罷車駑馬, 桑輪蓬篋, 羸縢, 負書擔橐; 觸塵埃, 蒙霜露, 越漳, 足重繭, 日百而舍, 造外闕, 願見於前, 口道天下之事.”

李兌曰: “先生以鬼之言見我則可, 若以人之事, 兌盡知之矣.” 蘇秦對曰: “臣固以鬼之言見君, 非以人之言也.” 李兌見之. 蘇秦曰: “今日臣之來也, 暮後郭門, 藉席無所得, 寄宿人田中. 傍有大叢. 夜半, 土梗與木梗鬪, : ‘汝不如我, 我者乃土也. 使我逢疾風淋雨, 壞沮, 乃復歸土. 今汝非木之根, 則木之枝耳. 汝逢疾風淋雨, 漂入漳, 東流至海, 氾濫無所止.’ 臣竊以爲土梗勝也.

今君殺主父而族之, 君之立於天下危於累卵. 君聽臣計則生, 不聽臣計則死.” 李兌曰: “先生就舍, 明日復來見兌也.” 蘇秦出. 李兌舍人謂李兌曰: “臣竊觀君與蘇公談也, 其辯過君, 其博過君, 君能聽蘇公之計乎?” 李兌曰: “不能.” 舍人曰: “君卽不能, 願君堅塞兩耳, 無聽其談也.”

明日復見, 終日談而去. 舍人出送蘇君, 蘇秦謂舍人曰: “昨日我談粗而君動, 今日精而君不動, 何也?” 舍人曰: “先生之計大而規高. 吾君不能用也. 乃我請君塞兩耳無聽談者. 雖然, 先生明日復來. 吾請資先生厚用.” 明日來, 抵掌而談, 李兌送蘇秦明月之珠和氏之璧黑貂之裘黃金百鎰. 蘇秦得以爲用, 西入於秦. 戰國策 / 趙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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