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부모가 연로하면 녹을 가리지 말고 벼슬을 해야 한다/설원/건본/

자로(子路)가 말하였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이 먼 사람은 땅을 가리지 않고 쉬는 법이요, 가난한 집에 연로한 어버이를 모신 자는 그 녹을 가리지 않고 벼슬을 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나는 옛날 어버이를 모시고 있을 때에 항상 스스로는 여곽지실(藜藿之實) 같은 거친 것을 먹으면서도 어버이를 위해서는 1백리 밖에서 쌀을 짊어지고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버이가 돌아가신 뒤, 내가 남쪽으로 초()나라에 가서 성공한 끝에 나를 따르는 수레가 백승(百乘)이나 될 정도이고, 쌓인 곡식도 만종(萬鐘)이나 되며, 또한 자리를 겹쳐 깔고 앉아도 될 정도이며, 솥을 나란히 걸어 놓고 밥을 해먹을 정도로 부유해졌다. 그러나 어버이를 위해 차라리 명아주 잎과 콩잎을 먹고 쌀을 짊어지는 일을 하고 싶지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메마른 물고기가 낚싯줄만 물고 있으면, 그 몇이나 좀벌레에게 먹히지 않을 수 있으랴? 어버이의 수()는 홀연하기가 마치 말이 지나가는 것을 문틈 사이로 보는 것처럼 빠르구나. 초목이 다시 더 자라고 싶으나 이미 서리와 이슬이 이를 가로막으며, 어진 이가 어버이를 더 섬기고자 하나 그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 않는구나. 그래서 가난한 집에 연로한 어버이를 모신 자는, 그 녹을 가리지 않고 벼슬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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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路曰負重道遠者, 不擇地而休家貧親老者, 不擇祿而仕. 昔者由事二親之時, 常食藜藿之實而爲親負米百里之外, 親沒之後, 南遊於楚, 從車百乘, 積粟萬鐘, 累茵而坐, 列鼎而食, 願食藜藿負米之時不可復得也枯魚銜索, 幾何不蠹, 二親之壽, 忽如過隙, 草木欲長, 霜露不使, 賢者欲養, 二親不待, 故曰家貧親老不擇祿而仕也. 說苑/建本


여곽지실[藜藿之實]  명아주 잎과 콩잎 같은 변변치 못한 음식, 콩대의 열매 등으로 거친 음식. 거친 곡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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