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의 전쟁* 脣亡齒寒순망치한/전국책/조책/

지백은 조··위를 이끌고 범씨·중행씨를 쳐서 멸망시킨 다음, 수년간 평온하게 있다가 사신을 보내 국토를 나누어주도록 한나라에 의사표시를 했다.

한강자가 거절하려고 하자 단규가 간하였다.

아니됩니다. 본시 지백의 사람됨은 이해타산이 밝고 잔인하며 포악합니다. 영지를 나누어주도록 의사표시를 해왔는데도 주지 않으면 한나라에 시비를 걸어올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전하께서는 주어버리십시오. 주어버리면 그 놈은 맛을 붙이고 다른 나라에도 영지를 나누어달라고 강요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말을 듣지 않으면 반드시 무력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는 재난을 모면하고 정세의 변화를 기다릴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강자가 말하였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는 사신을 보내어 인구 1만의 성읍 하나를 지백에게 바쳤다. 지백을 기뻐하였다.

지백은 다시 사신을 위나라에 보내어 영지를 나누어주도록 강요하였다. 위선자가 거절하려고 하자 조가가 간하였다.

그 놈이 한나라에 땅을 나누어주도록 한나라에 강요했는데, 한나라는 그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위나라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위나라는 안으로는 강한 척 하다가 밖으로 지백의 노여움을 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위나라를 침범하게 될 것입니다. 말을 들어줘야 합니다.”

위선자가 말하였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는 사람을 보내어 인구 1만의 성읍 하나를 주었다. 지백을 기뻐하였다.

지백은 다시 조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채와 고랑의 성읍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조양자는 거절하였다. 그러자 지백은 은밀히 한·위 두 나라와 결탁하여 조나라를 치려고 하였다. 이에 조양자는 장맹담을 초청하여 이 사실을 알리고 말하였다.

본시 지백의 사람됨은 겉으로는 가까운 척하면서도 내심은 멀리하고 있는데 누차 한나라와 위나라에 사신을 보내면서도 나에게는 아무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쳐들어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내가 어디에 근거를 두면 좋겠습니까?”

장맹담이 말하였다.

동알안우는 간주(조간자:조양자의 아버지)를 섬긴 재신입니다. 대대로 진양을 다스렸는데 지금 윤택도 그 치세를 모방하고 있으므로 교화의 여풍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주군께서는 진양에 웅거하십시오.”

조양자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이리하여 연릉생으로 하여금 전차와 기마를 이끌게 하여 진양으로 보내고 나서 조양자는 그 뒤를 따랐다. 도착하자 성곽을 둘러보고, 자재고며 무기고를 조사하고, 곡물창고를 보고 나서 장맹담을 불러들여 말하였다.

우리의 성곽은 완벽하고, 자재고와 무기고는 충실하며 곡식창고 또한 충만합니다. 그러나 화살이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장맹담이 말하였다.

소신이 알기로는 동알안우는 진양을 다스림에 있어서 공공건물의 울타리는 모두 물억새··싸리나무·가시나무 등을 심어서 만들게 하였는데 그 키가 한 길을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주군께서는 그것을 베어서 화살대로 사용하십시오.”

그래서 그것을 베어서 사용해 보니 그 견고하다는 균로도 당하지 못할 만큼 단단하였다.

조양자가 말하였다

화살대는 이것으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화살촉을 만들 구리가 부족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장맹담이 말하였다.

소신이 알기로 동알안우는 진양을 다스림에 있어서 공공건물의 기둥을 정련된 구리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을 사용하시면 쓰고도 남을 것입니다.”

조양자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이리하여 호령이 정해지고 수비태세도 갖추어졌다.

세나라(지백··)의 군대가 진양성으로 밀어닥쳐서 전투가 벌어졌지만 3개월이 걸려도 결판이 나지 않자 성을 멀리 둘러싸고 진수를 무너뜨려 수공을 펼쳤다.

진양이 포위된 지 3년이 되자, 물이 찬 성안에서는 높이 둥우리를 만들어 살고, 솥을 매달아 밥을 짓고, 군자금도 군량도 바닥이 나고, 군졸은 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양자가 장맹담에게 말하였다.

양식은 떨어지고, 재력도 다하였으며, 사대부들도 병들고 지쳤으니 나로서도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겠습니다. 성을 내놓고 항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장맹담이 말하였다.

소신은멸망하는 것을 지탱할 수 없으며, 위험에 처한 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지모가 있는 사람을 귀하다 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군께서는 그러한 일들은 뒤로 밀어놓고 두 번 다시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소신이 한번 한나라와 위나라의 군주를 뵙도록 하겠습니다.”

조양자가 말하였다.

그것이 좋겠습니다.”

이리하여 장맹담은 은밀하게 한나라와 위나라의 왕을 알현하였다.

장맹담이 말하였다.

소신이 듣기로 입술이 없어지면 이빨이 시리다(脣亡則齒寒)고 하였습니다. 지금 지백은 두 나라의 군주를 이끌고 조나라를 토벌하고, 조나라를 당장 멸망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조나라가 멸망하면 두 나라가 그 다음 차례가 될 것입니다.”

두 왕이 말하였다.

그것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지백의 사람됨은 내심이 거칠고 난폭하여 친절한 마음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모의가 성취되기 전에 발각되면 화가 미치리라는 것은 정한 이치입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모책은 두 분의 입에서 나와 소신의 귀로 들어온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이리하여 한·위 두 왕은 즉시 장맹담과 3군 맹약을 하고 기일을 정하여 진양성으로 군대를 보내주기로 하였다.

장맹담이 밤을 틈타 진양성으로 들어가 조양자에게 보고하자. 재배하여 사례하였다.

이보다 앞서 장맹담은 지백에게 군사의 자격으로 문안을 드리고 물러나오는데, 원문 밖에서 지과와 마주쳤다. 지과가 들어가서 지백을 뵙고 말하였다.

두 왕은 변사를 꾸미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지백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지과가 말하였다.

장맹담을 원문에서 마주쳤는데, 의기양양하게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지백이 말하였다.

틀린 말이다. 나는 두 왕과 조나라를 쳐부수고 그 국토를 삼분하기로 맹약을 하였다. 내가 직접한 일이다. 기만할 리 없다. 그대는 걱정하지 말라. 이후로 그 일은 입 밖에 내지도 말라.”

지과는 물러나서 두 왕을 만나고 다시 들어와 지백에게 설명하였다.

두 왕은 안색이 상서롭지 못하고, 마음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전하를 배반하리라는 것은 정해진 일입니다. 필경에는 죽음을 당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지백이 말하였다.

군대가 진양을 공격한 지 삼년째이다. 그리고 오늘 내일 사이에 성을 함락시키고, 그 이득을 받을 참이다. 그렇다면 두 마음을 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대는 물러가서 두번 다시 그 말을 꺼내지 말라.”

그러자 지과가 말하였다.

죽음을 당하지 않으시려면 끝까지 친근하게 대하십시오.”

지백이 물었다.

친근하게 대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지과가 대답하였다.

위나라 환자의 모신은 조가라고 하며, 한강자의 모신은 단규라고 하는데, 두 사람 다 그들 주군의 마음을 돌릴 수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두 왕에게 조나라를 쳐부수고 나면 두 모신에게 각각 인구 만호의 현에 책봉하겠다고 약속을 하십시오. 이렇게 되면 두 왕은 변심하지 않을 것이며, 전하로서는 마음먹은 바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백이 말하였다.

조나라를 쳐부수고 나서는 그 국토를 삼분한데다가 두 모신을 각각 인구 만호의 현 하나에 책봉한다면 내가 얻는 바가 적다.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지과는 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알자, 물러가서 성을 보씨로 바꾸고 다시는 지백을 만나지 않았다.

장맹담이 이 소식을 듣고 양자에게 말하였다.

소신은 지과와 원문 밖에서 마주쳤습니다. 그의 눈길에 소신을 의심하는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그런데 지백을 뵙고 나오자 성을 바꾸고 있습니다. 오늘밤 치지 않으면 지백도 깨닫게 될테니 때를 놓칠지도 모릅니다.”

조양자가 말하였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리고는 장맹담을 보내 한나라와 위나라의 왕을 뵙게 하고 그날 밤 약속을 하고서 제방을 지키고 있는 관리를 죽인 다음, 지백의 군에 물로 역공을 하였다. 지백의 군대가 물을 막느라고 혼란한 틈을 타서 한나라와 위나라의 군대가 양익에서 쳐들어가고, 조양자의 군대가 정면을 찔러 크게 지백의 군대를 쳐부수고 지백을 사로잡았다. 지백은 죽고 나라는 멸망하고 국토는 나뉘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된 것은 탐욕스럽고 그 욕심이 그칠 줄 몰랐기 때문이다. 뭐니뭐니 해도 지과의 진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멸망의 원인이었다. 지씨는 모두 망하고 보씨만이 영화를 누리는 바가 되었다.

***

知伯帥趙··魏而伐范中行氏, 滅之. 休數年, 使人請地於韓. 韓康子欲勿與, 段規諫曰: “不可. 夫知伯之爲人也, 好利而鷙復, 來請地不與, 必加兵於韓矣. 君其與之. 與之彼狃, 又將請地於他國, 他國不聽, 必鄕之以兵. 然則韓可以免於患難, 而待事之變.” 康子曰: “.” 使使者致萬家之邑一於知伯, 知伯說.

又使人請地於魏, 魏宣子欲勿與, 趙葭諫曰: “彼請地於韓, 韓與之; 請地於魏, 魏弗與, 則是魏內自强, 而外怒知伯也. 然則其錯兵於魏必矣! 不如與之.” 宣子曰: “.” 因使人致萬家之邑一於知伯, 知伯說.

又使人之趙, 請蔡臯狼之地, 趙襄子弗與. 知伯因陰結韓·魏將以伐趙. 趙襄子召張孟談而告之曰: “夫知伯之爲人, 陽親而陰䟽, 三使韓·, 而寡人弗與焉, 其移兵寡人必矣. 今吾安居而可? ”

張孟談曰: “夫董閼安於, 簡主之才臣也. 世治晉陽, 而尹澤循之, 其餘政敎猶存, 君其定居晉陽.” 君曰: “.” 乃使延陵王將車騎先之晉陽, 君因從之. , 行城郭, 案府庫, 視倉廩, 召張孟談曰: “吾城郭之完, 府庫足用, 倉廩實矣, 無矢奈何?”

張孟談曰: “臣聞董子之治晉陽也, 公宮之垣皆以狄蒿苫楚廧之, 其高至丈餘, 君發而用之.” 於是發而試之, 其堅則箘簬之勁不能過也.” 君曰: “足矣, 吾銅少若何?” 張孟談曰: “臣聞董子之治晉陽也, 公宮之室, 皆以鍊銅爲柱質, 請發而用之, 則有餘銅矣.” 君曰: “.” 號令以定, 備守以具. 三國之兵乘晉陽城, 遂戰. 三月不能拔, 因舒軍而圍之, 決晉水而灌之. 圍晉陽三年, 城中巢居而處, 懸釜而炊, 財食將盡, 士卒病羸.

襄子謂張孟談曰: “糧食匱, 城力盡, 士大夫病. 吾不能守矣, 欲以城下, 何如?” 張孟談曰: “臣聞之 亡不能存, 危不能安, 則無爲貴知士也’. 君釋此計, 勿復言也. 臣請見韓·魏之君.” 襄子曰: “.”

張孟談於是陰見韓·魏之君, : “臣聞 脣亡則齒寒, 今知伯帥二國之君伐趙, 趙將亡矣, 亡則二君爲之次矣.” 二君曰: “我知其然. 夫知伯爲人也, 麤中而少親, 我謀未遂而知, 則其禍必至, 爲之奈何?” 張孟談曰: “謀出二君之口, 入臣之耳, 人莫之知也.” 二君卽與張孟談陰約三軍, 與之期曰; 夜遣入晉陽張孟談, 以報襄子, 襄子再拜之.

張孟談因朝知伯而出, 遇知過轅門之外. 知過入見知伯, : “二主殆將有變.” 君曰: “何如?” 對曰: “臣遇張孟談於轅門之外, 其志矜, 其行高.” 知伯曰: “不然, 吾與二主約謹矣, 破趙三分其地, 寡人所親之, 必不欺也. 子釋之, 勿出於口.”

知過出見二主, 入說知伯曰: “二主色動而意變, 必背君, 不如令殺之.” 知伯曰: “兵着晉陽三年矣, 旦暮當拔之而饗其利, 乃有他心?不可, 子愼勿復言.” 知過曰: “不殺則遂親之.” 知伯曰: “親之奈何?” 知過曰: “魏宣子之謀臣曰趙葭, 康子之謀臣曰段規. 是皆能移其君之計, 君其與二君約, 破趙, 則封二子者各萬家之縣一, 如是, 則二主之心可不變, 而君得其所欲矣.” 知伯曰: “破趙而三分其地, 又封二子者各萬家之縣一, 則吾所得者少, 不可.” 知過見君之不用也言之不聽, , 更其姓爲輔氏, 遂去不見.

張孟談聞之, 入見襄子曰: “臣遇知過於轅門之外, 其視有疑臣之心, 入見知伯, 出更其姓. 今暮不擊, 必後之矣.” 襄子曰: “.” 使張孟談見韓·魏之君, : “夜期.”殺守堤之吏, 而決水灌知伯軍. 知伯軍救水而亂, ·魏翼而擊之, 襄子將卒犯其前, 大敗知伯軍, 而禽知伯. 知伯身死·國亡·地分, 爲天下笑, 此貪欲無厭也. 夫不聽知過亦所以亡也. 知氏盡滅, 唯輔氏存焉. 戰國策 / 趙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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