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을 사고 화를 사들인다 市怨而買禍시원이매화 /전국책/한책/

소진이 조나라를 위하여 한왕에게 합종을 유세하였다.

한나라는 북쪽으로는 공성고의 험고함이 있고, 서쪽으로는 의양상판의 요새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완유수가 있고, 남쪽으로는 형산의 험로가 있습니다. 국토는 방 1천 리에 대갑이 수십만, 천하의 강궁경노가 모두 한나라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계자소부시력거래와 같은 활은 모두 6백 보 이상 날아가며, 한나라 군졸이 이를 밟고 당겨 쏘면, 백발이 연속으로 쉴 사이 없이 쏘아져서 멀리는 적의 가슴에 이르고 가까이는 갑옷을 뚫고 심장을 찌를 수 있습니다.

한나라 병사가 쓰는 칼과 창은 모두 명산, 당계묵양합백에서 산출되며, 등사완풍룡연대아 등의 명검은 땅에서는 우마를 벨 수 있을 정도이고, 물 속에서는 곡안을 칠 정도이며, 적과 맞닥뜨리면 견갑제무철막혁결요예로 베는 등 완비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한나라 병사는 이처럼 날랜데다가 견갑으로 몸을 싸고 강국을 밟고 예리한 칼을 들었으니 일당백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무릇 한나라처럼 강한 군대에 대왕처럼 현명한 왕이, 서쪽으로 진나라를 섬겨 스스로 동번이라 칭하며 그를 위해 궁실을 짓고 관대 제도를 받으며, 춘추 제축의 공물을 바치며 공수하며 굴복하려 하시니 사직에 부끄럽고 천하에 웃음거리가 되는 일로 이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깊이 고려해 보시기를 원합니다.

대왕께서 진나라를 섬기겠다고 하면, 진나라는 틀림없이 의양성고를 할양해 달라고 할 것이요, 지금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가는 명년에는 다시 더 많은 땅을 달라고 할 것입니다. 계속 들어주다 보면 나중에는 더 이상 줄 땅이 없어질 것이요, 거절하였다가는 이미 들어준 공은 무효가 되고, 오히려 그 화만 뒤집어쓰게 될 것입니다. 또 무릇 대왕의 땅은 한정이 있지만 진나라의 요구는 한이 없습니다. 유한한 땅으로 무한한 요구를 맞이하다니 이것이 소위 원을 사들이고 화를 사들인다[市怨而買禍]’라는 것으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땅만 깎이는 꼴이 됩니다. 저는 듣건대 속담에 차라리 닭 주둥이가 될지언정 소 궁둥이는 되지말라[寧爲雞口, 無爲牛後]’ 하였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서쪽을 향하여 공수하고 서쪽 진나라를 섬기고 있으니 어찌 소 궁둥이가 되는 꼴과 다르겠습니까? 무릇 대왕의 현명함과 한나라의 강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궁둥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저는 대왕께 수치스러운 일로 여깁니다.”

한왕은 분을 참지 못하고 팔을 저어 칼을 만지며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쉬었다.

과인이 비록 죽는 한이 있어도 진나라는 섬기지 않겠소. 지금 주군께서 조왕의 가르침으로써 알려주시니 공경히 사직을 받들어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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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秦爲楚合從說韓王曰:“韓北有鞏成臯之固, 西有宜陽常阪之塞, 東有宛洧水, 南有陘山, 地方千里, 帶甲數十萬. 天下之强弓勁弩, 皆自韓出. 谿子少府時力距來, 皆射六百步之外. 韓卒超足而射, 百發不暇止, 遠者達胸, 近者掩心.

韓卒之劒戟, 皆出於冥山, 棠谿墨陽合伯鄧師宛馮龍淵大阿, 皆陸斷馬牛, 水擊鵠鴈, 當敵卽斬, 堅甲鞮鍪鐵幕. 革抉㕭芮, 無不畢具. 以韓卒之勇, 被堅甲, 蹠勁弩, 帶利劒, 一人當百, 不足言也.

夫以韓之勁, 與大王之賢, 乃欲西面事秦, 稱東藩, 築帝宮, 受冠帶, 祠春秋, 交臂而服焉夫羞社稷而爲天下笑, 無過此者矣. 是故願大王之熟計之也.

大王事秦, 秦必求宜陽成臯. 今玆效之, 明年又益求割地. 與之, 卽無地以給之; 不與, 則棄前功, 而後更受其禍. 且夫大王之地有盡, 而秦之求無已. 夫以有盡之地, 而逆無已之求, 此所謂市怨而買禍者也, 不戰而地已削矣.

臣聞鄙語曰: ‘寧爲雞口, 無爲牛後’. 今大王西面交臂而臣事秦, 何以異於 牛後? 夫以大王之賢, 挾强韓之兵, 而有 牛後之名, 臣竊爲大王羞之.” 韓王忿然作色, 攘臂按劒, 仰天太息曰:“寡人雖死, 必不能事秦. 今主君以楚王之敎詔之, 敬奉社稷以從.” 戰國策 / 韓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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