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수레바퀴 / 안상학

아버지의 인생은 오토바이 바퀴에서 그쳤다.

달구지 하나 없는 화전민으로 살다가

지게 지고 안동으로 이사 나온 뒤

아버지의 인생은 손수레 바퀴였다.

채소장수에서 술배달꾼으로 옮겨갔을 땐

아버지의 인생은 짐실이 자전거 바퀴였다.

아들딸들이 뿔뿔이 흩어져 바퀴를 찾을 무렵

아버지의 바퀴는 오토바이 두 대째로 굴렀다.

아들딸들이 자동차 바퀴에 인생을 실었을 무렵

아버지의 인생은 오토바이 바퀴에서 끝났다.

뺑소니 자동차 바퀴가 오토바이 바퀴를 세운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에서 마지막 바퀴는

병원으로 실려가던 그때의 택시 바퀴였다.

석 달 긴 잠 끝에 깨어난 뒤

바퀴 잃은 아버지의 인생은 지팡이였다.

걸음 앞에 꾹꾹 점을 찍는 아버지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연습을 하는 것 같다.

하나 남은 바퀴는 죽어서 저기 갈 때,

아버지의 인생 아버지의 노동은

오토바이 바퀴가 찌그러지면서 끝이 났다.


- 안상학 -


시집 <안동소주> 중에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