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 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 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공광규 -


시집 <소주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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