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을 도모하는 자는 도망을 치욕으로 여기지 않는다 /전국책/연책/

소대가 연소왕에게 말하였다.

봉양군이 주환과 조족에게 고하였습니다. ‘제 민왕이 공옥단을 시켜 이태에게 한민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고 명하였는데 지금 한민을 불러들였다. 또 소대를 제나라에서 임무를 맡기지 말라고 하였지만 지금은 역시 그를 봉하여 재상으로 삼았다. 그런가 하면 연나라와는 연합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지금은 연나라와 외교가 가장 밀접하다. 내가 믿었던 것은 우리에게 인질로 와 있는 제나라 공자 순인데 그의 언변은 자기 아버지보다 변화가 심하다. 순은 처음에는 소대와 원수 사이여서 서로 만난다 해도 우리에게는 해롭지 않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어질다고 칭찬하면서 둘이 잘 지내고 있다. 나는 이제 제나라의 지지를 잃었다.’ 봉양군은 아주 심하게 화가 나 있습니다. 제나라 왕이 조나라를 믿지 못한 것을 안다면 봉양군은 소인이어서 이를 인하여 결국 제나라를 배반하고 말 것입니다. 지금 이 때에 조나라와 제나라 사이에 큰 분란이 일어나게 하지 못하고 그들이 다시 화해하고 연합하게 되면 그 뒷일은 연나라로서는 감당해 낼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제나라조나라가 둘 모두 진실로 연나라에 따르면 저는 죽어도 걱정이 없겠습니다. 또 어디로 쫓김을 당해도 저는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겠습니다. 이 일로 인해 제후가 되어도 저는 이를 영광으로 알지 않겠습니다. 또 머리를 풀어헤치고 스스로 옻칠을 하여 몹쓸 병을 앓는다 해도 저는 이를 치욕으로 여기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단 하나 근심되는 것이 있습니다. 저만 죽고 제나라조나라가 연나라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저 때문에 세 나라 모두의 외교가 악화되면 이는 저의 책임으로 뒷사람들이 이를 흉내내어 모방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의 근심입니다. 만약 제가 죽고 제나라조나라가 서로 침벌하기만 하면 저는 힘써 죽음의 길을 택할 것입니다. 순은 어질었으나 죽었고, 탕은 지혜로웠으나 죽었으며, 맹분 같은 용사는 물론, 오획 같은 역사도 결국 죽었습니다. 생명을 가진 것으로 과연 죽음이 없는 것이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죽을 목숨을 가지고 뜻하는 바를 얻고자 하는데 왕께서는 무엇을 의심하십니까?

제가 거짓 연나라를 도망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제가 한나라위나라를 거쳐 다시 제나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합니다. 그래서 제나라를 위해 진나라와 연합하고, 깊이 조나라와 결교하여 그 세력을 강화시키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서로 공격할 형세에 근접하게 됩니다. 신이 그렇게 하겠지만 연나라에 누를 끼치게 될까 염려됩니다. 봉양군이 주환에게 소대가 연왕에게 당한 것은 나 때문이 아니다. 연나라가 그에게 재상 자리도 주지 않고 상경조차도 임명하니 않은 것을 보면, 그의 마음속에 연나라는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의 의심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제가 그렇게 하더라도 연나라에 어떤 폐도 끼치지 않게 되며 또 대왕께 욕도 되지 않습니다. 옛날 이윤은 두 번이나 탕에게서 도망하여 걸에게 갔다가 또다시 걸을 떠나 탕에게 갔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마침에 명조의 싸움을 통해 탕을 천자가 되게 하였습니다. 또 오자서는 초나라에서 도망하여 오나라로 가서 결국 백거의 전투에서 자기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습니다. 지금 제가 연나라에서 도망하여 제나라와 조나라에 분란이 일어나도록 하여 춘추에 기록되고자 합니다. 큰 일을 이룬 자, 그 누군들 도망자 아닌 사람이 있습니까? 환공의 난 때 관중은 노나라에서 도망하였고, 백호의 난 때 공자는 위나라로 도망하였으며, 장의는 초나라에서 도망하였고, 백규는 진나라에서 도망하였습니다. 망제군이 중산의 재상이었을 때 한 번은 그가 조나라에 사신으로 갔었습니다. 조나라가 위협하여 땅을 할양하라고 하자 망제군은 조나라 국경 관문을 공격하고 도망쳐 나와 버렸으며 또 외손의 난 때 설공은 수레에 실은 물건을 모두 버리고 함곡관을 빠져 탈출하였는데 그때 삼진은 모두 그를 뛰어난 인물이라고 칭찬하였지요. 그러므로 큰 일을 하는 자는 절대로 도망을 치욕으로 느끼지 않습니다.”

그는 마침내 제나라를 조나라로부터 단교시키고 조나라를 연나라와 연합시켜 제나를 공격하여 이를 패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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奉陽君告朱讙與趙足曰: ‘齊王使公王曰命說曰:“必不反韓珉”. 今召之矣;“必不任蘇子以事”. 今封而相之; 不合燕”. 今以燕爲上交. 吾所恃者順也, 今其言變有甚於其父. 順始與蘇子爲讎, 見之知無厲, 今賢之兩之, 已矣, 吾無齊矣!’ 奉陽君之怒甚矣. 如齊王王之不信趙, 而小人奉陽君也, 因是而倍之. 不以今時大紛之, 解而復合, 則後不可柰何也. 故齊趙之合, 苟可循也, 死不足以爲臣患, 逃不足以爲臣耻, 爲諸侯不足以爲臣榮, 被髮自漆爲厲不足以爲臣辱. 然而臣有患也: 臣死而齊趙不循, 惡交分於臣也, 而後相效, 是臣之患也. 若臣死而必相攻也, 臣必勉之而求死焉. 舜之賢而死. 湯之知而死, 孟賁之勇而死, 烏獲之力而死. 生之物固有不死者乎? 在必然]之物, 以成所欲, 王何疑焉? 臣以爲不若逃而去之. 臣以韓魏循自齊而爲之, 取秦深結趙以勁之. 如是則近於相攻. 臣雖爲之, 累燕. 奉陽君告朱讙曰: ‘蘇子怒於燕王之不以吾故, 弗予相, 又不予卿也. 殆無燕矣.’ 其疑至於此, 故臣雖爲之, 不累燕, 又不欲王. 伊尹再逃湯而之桀, 再逃桀而之湯, 果與鳴條之戰, 而以湯爲天子; 伍子胥逃楚而之吳, 果與伯擧之戰, 而報其父之讎. 今臣逃而紛齊, 始可著於春秋. 且擧大事者, 孰不逃? 桓公之難, 管仲逃於魯: 陽虎之難, 孔子逃於衛; 張儀逃於楚; 白珪逃於秦; 望諸相中山也, 使趙. 趙劫之求地, 望諸攻關而出逃; 外孫之難, 薛公釋戴, 逃出於關. 三晉稱以爲士. 故擧大事, 逃不足以爲辱矣.” 卒絶齊於趙, 趙合於燕以攻齊敗之. 戰國策 / 燕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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